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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의 가격이 또 내린 이유는? feat 주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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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주세법은 1968년 주류 소비 억제 및 세수증대를 목적으로 종가세 체계를 채택하여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종가세는 주류의 가격에 세율을 곱하여 세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주류의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세금도 높아집니다.

반면 종량세는 출고되는 주류의 양에 세율을 곱하여 세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같은 주류라면 매출금액과 관계없이 술을 판매한 양이 많을수록 세금이 높아집니다.

(OECD 국가의 대부분은 주세를 부과하는 데 있어서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0년 1월 1일부터 맥주에 대한 세율이 기존 출고 가격의 72%에서 1ℓ당 836원, 즉 종량세로 변경되었습니다.

약 50년 만에 맥주에 대한 주세가 종량세로 변경된 주된 요인은 수입맥주 판매량의 증가입니다.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은 2014년 6.7%에서 2018년 17.5%, 수입액은 또한 2014년 3,106억 원에서 2018년 5,185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이런 증가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마트와 편의점에서 실시했던 수입맥주 4캔 만원 행사의 힘이 컸습니다.

그리고 많은 매체에서 이런 행사를 할 수 있었던 주원인으로 주세법에 의한 수입맥주와 국산 맥주의 주세역차별 현상을 이야기했었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종가세 체계에서는 맥주의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주세도 높아집니다.

그런데 주세역차별이 발생하는 까닭은 국산 맥주와 수입맥주의 주세 부과시점이 달라서입니다.

국산 맥주는 맥주가 제조공장에서 출고하는 시점에 주세를 신고·납부하게 됩니다.

이때 주세를 계산하는 가격의 기준은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입니다

수입맥주는 맥주가 세관을 통과하는 시점에 주세를 신고·납부하게 됩니다.

이때 주세를 계산하는 가격의 기준은 수입 가격+관세입니다

둘의 차이점 여기 있습니다. 국산 맥주 제조회사는 회사의 판매관리비와 이윤에도 주세가 부과되지만, 맥주 수입회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을 가지고 주세역차별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매체들이 이번 주세법 개정으로 수입맥주가 가격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실제 국세청에서도 발표자료에서 그렇게 발표를 했습니다.

그럼 과연 그런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위 사진은 오늘 마트의 주류 코너에서 찍은 것입니다.

수입맥주 5캔 11,000원으로 주세법 개정 이후 가격이 더 내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번 종량세 전환으로 캔맥주에 대한 주세는 종전 1ℓ 당 1,121원에서 836원으로 낮아지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위 발표자료의 1,121원을 계산할 때 수입맥주가 포함된 것인지 혹은 국산 맥주만을 합산하여 계산하였는지 알 수 없지만, 현재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수입맥주의 주세도 같이 경감되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초 수입맥주의 수입 가격에는 외국에서 맥주를 제조한 맥주회사의 제조원가, 판매관리비와 이윤이 포함되어있습니다.

2019년까지 실제 각 수입맥주에 부과되었던 주세액을 알 수는 없지만, 당연히 수입맥주의 수입 가격이 국산 맥주의 출고 가격보다 높았을 것으로 필자는 판단합니다.

그러니 이번 주세법 개정으로 수입 캔맥주에 부과되는 주세도 경감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필자의 생각의 증거는 바로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수입맥주 가격의 하락입니다.

 

한편으로 맥주의 주세율은 2007년 이후 2019년까지 줄곧 72%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주세에 의한 수입맥주의 가격경쟁력은 결국 2007년부터 있어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수입맥주의 점유율이 증가한 것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진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러한 소비자의 선호가 바뀐 것을 주세법 탓을 하며, 수입맥주에 비해서 역차별받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 과연 옳은 상황이었나 하는 생각도 가져봅니다. 

마트와 편의점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수입맥주의 가격이 과거보다 저렴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하이트나 카스보다 가격이 비쌌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올해 다른 주세법 개정을 제외한 다른 가격 변동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수입맥주의 가격이 더 좋아진 것은 주세법 때문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이번 개정으로 정말 가격경쟁력을 가지게 된 곳도 있습니다.

바로 국내 크래프트 비어 제조업체들인데요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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