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한국에서는 유명하지만 중국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중국술 연태구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한 번쯤 나름 고급 중식 레스토랑을 방문해 본 분들이라면 메뉴판에서 주류 부분 하단에 위치한 연태고량주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과두주를 제외하면 가장 싼 가격)과 뛰어난 향으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술입니다. 문제는 너무 한국사람들에게만 사랑을 받는 느낌이 있습니다. 연태구냥이 생산되는 중국 산동성에 연타이 지역 사람들도 연태구냥은 한국사람들이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술은 미국으로 수출이 되는데 수출된 물량이 미국 내 차이나타운보다 코리아타운으로 더 많이 반입된다고는 말이 있습니다.
본격적인 연태구냥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중국술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중국술은 크게 홍주, 황주, 백주 3가지로 분류됩니다. 이름에서 짐작되듯이 술의 색이 분류의 기준입니다. 우선 홍주는 빨간색 술 즉 와인입니다. 중국은 의외로 와인 강국입니다. 소비인구가 많아서 수출량은 많지 않지만, 생산량 기준으로 2017년 세계 6위입니다.(최근 통계는 찾지 못했습니다.), 생산면적은 세계 2위, 수입량도 수위권입니다. 그리고 황주는 갈색 술인데, 곡물을 발효하여 만드는 발효주가 이에 속합니다. 우리나라의 약주에 해당되는 술이 이 황주이며, 유명한 것에는 소홍주가 있습니다. 끝으로 백주는 흰색 술. 정확하게는 투명한 술로서 황주를 증류한 증류주를 말합니다.
백주는 또 향을 기준으로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장향형, 청향형, 농향형입니다. 장향형은 장의 향 즉 약간 된장의 향이 난다고 합니다. 약간의 흙냄새도 난다고 하는 필자도 아직 장향형 백주를 마셔보지 못해서 정확하게 설명해드리기 어렵습니다. 장향형 술은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있어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데 명주로 유명한 마오타이주가 장향형에 속합니다. 청향형은 청은 맑은 청입니다 그래서 맑고 깔끔한 맛이 난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술로는 바로 빼갈로 유명한 이과두주입니다. 농향형의 농은 농후하다 표현을 할 때 쓰는 농자입니다. 일반적으로 꽃향기가 난다고 하는데, 이번에 이야기할 연태구냥이 바로 농향형 백주입니다.
연태고량주는 연태지역의 고량주는 뜻입니다. 고량주는 일반적으로 수수를 이용해서 만든 술을 말하는데,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중국술을 통칭하는 명칭으로 쓰입니다. 그런데 이때 쓰는 고량주(高粱酒)의 한자 고량은 수수를 뜻하는 한자이며 독음은 까오량입니다. 그런데 위 사진의 연태구냥의 고량자와 다른 한자입니다. 옛날 방법으로 양조했다는 뜻이며, 독음은 꾸냥입니다. 실제 중국어 독음으로 저 술을 읽는다면 연타이꾸냥이 될 것입니다. 원재료명에 고량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수수가 들어가는 것은 맞으나 실제 고량주와는 조금 다른 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중국에서 고량주로 분류되는 술들은 농향형인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동양에서는 전분이 있는 곡물을 발효하기 위하여 누룩을 이용했습니다. 중국술도 마찬가지로 대곡과 소곡이라는 누룩을 이용하여 술을 발효시켜왔는데, 연태구냥의 경우 부곡이라는 것을 최초로 사용하여 술을 생산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당연히 대곡이나 소곡에 비하여 저렴하며, 술을 대량 생산하는데 유용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위 원재료명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농향을 내기 위하여 화학물질을 첨가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농향형 백주의 경우 아세트산에틸의 함량이 높습니다. 이는 파인애플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천연 향미 성분입니다.(농향형 백주를 마셨을 때 파인애플 향이 난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를 발효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곡물 또는 곡이 필요할 것입니다. 필연적으로 원가 또한 상승할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도 연태구냥의 재료에 아세트산에틸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연태구냥을 마시는 데 있어서 좋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가짜가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술은 가짜가 정말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싼 술일수록 가짜가 아닌지 조심할 필요가 있는데, 연태구냥의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말미암아 가짜 술을 만들 경우 오히려 적자가 날 수 있어서 가짜 술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필자가 한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가벼운 주머니로 중국술의 농향을 느껴보고 싶다면 마트에서 한번 구매해서 배달시킨 탕수육과 한잔 해보는 것을 추천하겠습니다. 250㎖ 한 병에 만원도 안 하는 가격으로 중국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이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