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니라나의 맥주시장은 오랜 기간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두 대기업에 의해서 양분된 시장이었습니다. 엄격한 주세법으로 대규모 자본이 없이는 맥주 제조 면허를 취득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시장에 처음으로 균열이 일어난 것은 2002년 그해 주세법 개정으로 인해서 국내에서 수제 맥주 즉 크래프트 비어 양조장이 탄생할 수 있었으며, 그래 국내 1호 수제 맥주 면허를 취득한 캘슈브로이의 조현출 사장님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주세법과 한국 수제 맥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 글에서 해보고자 합니다.
캘슈브로이의 조현출 사장님은 실제 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분입니다. 그런 조현출 사장님이 처음으로 크래프트 비어에 대해서 접했던 것은 IMF가 한창이던 1998년 지인과 여행 갔던 일본에서 수제 맥주 시장을 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술도 마시지 않는 분이 어디에서 크래프트 비어의 가능성을 보았는지 조현출 사장님 본인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귀신도 홀린 듯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국내에는 엄격한 주세법으로 말미암아 시장 진입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뚝심과 열정으로 주세법 개정을 위하여 국세청을 찾아다니고, 언론에도 수제 맥주 시장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견고한 진입장벽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무원들은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언론들도 광고주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눈치를 보느라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열정 덕분인지 수제 맥주 시장과 이를 위한 세법개정에 대한 기사가 국제신문을 통해서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일파만파 퍼지면서 2002년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수제 맥주 양조장을 개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현출 사장님은 주세법 개정 3년 전부터 수제 맥주 양조장에 대한 준비를 하셨던 만큼 누구보다 빨리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국내 1호 수제 맥주 제조면허를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온갖 매스컴에서 취재를 다녀가서,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고생에 과실이 그렇게 달지는 못했습니다. 조현출 사장님은 본인이 수제 맥주를 배웠던 일본처럼 주세법이 개정만 되면 양조장에서 제조한 맥주를 외부로 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물이 맑은 경남 양산의 통도사 인근에 양조장을 차리셨는데, 불행히도 당시 개정된 주세법으로는 양조장에서 제조한 맥주를 외부로 유통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캘슈브로이에서 제조한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는 차를 운전해서 양산의 통도사까지 들어가야 하고, 술을 마시면 운전을 할 수 없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적자가 누적되자 그만둘까도 많이 생각했었는데, 국내 1호 면허라는 자부심과 외부 유통이 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라는 마음에 계속 사업을 해왔다고 합니다.
드디어 2012년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수제 맥주 양조장에서 양조된 맥주의 외부 유통이 허용됩니다. 금방 풀릴 줄 알았던 외부 유통에 대한 규제가 1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서야 풀렸습니다. 이때부터 국내의 크래프트 비어가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캘슈브로이도 빛을 조금 보기는 했지만 오랜 기간 버텨온 덕분에 체력이 약해져서 신생업체와의 경쟁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2020년 주세법 개정으로 맥주에 대한 세율이 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대형 유통망을 갖춘 일부 수제 맥주 업체들만 혜택을 보게 됩니다. 캔맥주를 유통하던 업체들은 세율 변화에 혜택을 받지만, 캘슈브로이처럼 케그에 유통을 하던 업체들은 오히려 세금이 늘어나는 현상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류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 왔습니다. 캘슈브로이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필자 개인적으로 궁금했습니다. 사장님도 나름 계획을 가지고 계시던데 이 계획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국내 수제 맥주 혹은 크래프트 비어 시장은 위에서 이야기한 한 것처럼 3번의 주세법의 개정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씨앗이 잉태한 2002년, 본격적으로 저변을 넓힌 2012년, 그리고 현재 2020년 세율 개정의 영향은 앞으로 지켜볼 수 있을 것인데 여전히 소규모 맥주 제조 업체들에게는 녹녹지 않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캘슈브로이를 포함한 많은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들이 이 위기를 잘 넘겨서 좀 더 다양하고 맛있는 맥주를 편하게 즐길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